영화 [히어]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히어

줄거리

영화 [히어(Here, 2025)]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리처드 맥과이어(Richard McGuire)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인간의 삶과 역사를 독창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20세기 초, 아직 집이 세워지기 전의 들판에서 시작된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던 이곳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한다. 1900년대 초반, 한 부부가 이곳에 작은 집을 짓고 정착하면서 영화의 무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1920년대, 이곳에서 살던 첫 번째 가족은 미국의 번영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대공황이 닥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결국 집을 떠나야만 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이후 194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이 전쟁의 상처를 안고 이 집으로 귀향한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전쟁의 트라우마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1960년대와 70년대, 이 집은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다. 히피 문화가 만연하던 시기,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부부가 이곳에 정착하며 집을 리모델링한다. 하지만 세대 간의 갈등, 사회적 변화 속에서 그들의 이상은 현실과 부딪히고, 결국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2000년대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의 모습도 변해간다. 스마트홈 시스템이 도입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기억과 흔적은 여전히 공간 속에 남아 있다.

결국 영화는 같은 공간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인생들을 교차 편집하며, 시간이 흐르더라도 공간은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등장인물

윌리엄 (톰 행크스) -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

194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이다. 전쟁 전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미래를 꿈꿨지만, 전쟁의 참혹함은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는 가족을 지키고자 하지만, 내면의 갈등과 악몽이 그를 괴롭힌다. 집은 그에게 안식처이자 고통의 장소가 된다.

에밀리 (로빈 라이트) -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강인한 여성

1920년대에 이 집에서 살았던 여인으로, 경제공황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내려 하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마이클 (폴 디노) - 반항적인 청년

1970년대, 이 집에서 성장한 청년으로,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는 부모와 갈등을 빚으며 히피 문화에 심취하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가 겪었던 고민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 경험하며, 점차 성숙해져 간다.

로라 (켈리 라일리) -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존재

2000년대, 이 집을 새롭게 구입한 여성으로,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려 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구하며, 공간이 단순한 벽과 천장이 아니라 ‘기억의 저장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임을 보여준다.

감상평

영화 [히어]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시대와 인물들의 삶이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서사를 형성한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집에서 태어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축적되면서, 결국 공간이 하나의 ‘시간의 박물관’이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연기 또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톰 행크스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남성의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로빈 라이트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폴 디노와 켈리 라일리 또한 각자의 시대 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해 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혁신적이다. 특히, 시각적 스타일이 돋보인다.

한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세련되며, 조명과 색채를 활용한 시대적 변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1920년대에는 따뜻한 황금빛 톤이 사용되지만, 1940년대 전쟁 이후에는 다소 차가운 색감이 강조된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의 감정선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결국 영화 [히어]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공간과 기억’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공간을 거쳐 가지만, 그곳에 남겨진 흔적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삶은 결국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우리의 삶과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 우리가 머무는 이 공간도 결국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