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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산의 꾀에 빠진 강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돌아온 건

    팔척귀에게 잡아먹혔던 윤갑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다시 몸을 되찾은 이유는
    팔척귀가 일부러 혼령을 놓아줬기 때문.
    여리와 강철은 그 의도를 쉽게 믿지 않았죠.

    하지만 윤갑은,
    예전 여리에게 말도 없이 궁으로 데려가려 했던 일을 먼저 꺼내 사과합니다.

     

     

     

    그가 돌아온 것이 반갑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강철에게 기울어 있었다.
    그리움과 안도, 미안함과 혼란이 뒤섞인 채, 여리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놓였다.

    윤갑은 변한 듯했지만, 여리의 마음은 더 이상 그 시절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윤갑은 궁에 돌아오자마자 왕 이정에게 조용히 절을 올렸다.
    하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윤갑의 몸을 빌린 강철이 왕에게 무례를 범한 상황.
    그 광경을 기억하는 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여리가 나섰다.
    지금의 윤갑은 강철이 아니라, 팔척귀에게서 돌아온 진짜 윤갑이라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이정은 자신이 가장 아꼈던 신하 윤갑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깊은 감격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품에 있던 경귀석은 묘하게도 윤갑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여리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
    윤갑의 혼령은 돌아왔지만, 그의 육신은 이미 한 번 세상을 떠났던 몸.
    경귀석이 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었다.

    신하의 귀환과 함께 드리운 석연치 않은 기운은, 이정의 마음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윤갑은 풍산의 묘술로 생긴 이명에 시달리고 있었다.
    속삭임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그의 정신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풍산이 나타나 유혹했다.
    자신의 말대로만 하면 팔척장군이 깨어나고, 고통도 사라질 것이라며
    왕의 경귀석에 술을 뿌리라고 술병을 건넸다.

    윤갑은 흔들렸지만, 끝내 거절했다.
    왕에 대한 충정이, 고통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강철은 사실, 윤갑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밤, 그는 깨어나 윤갑과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한 몸 안에서 두 혼이 충돌하며, 

    여리 앞에서 윤갑은 이성의 얼굴과 광기의 얼굴이 번갈아 보여준다

    윤갑은 자신의 몸을 빼앗기고 있다는 절망보다,
    여리의 마음에 이미 강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풍산이 남긴 술을 들고, 무거운 걸음을 궁으로 향하게 된다.
    무너진 사랑과 쌓여가는 원한이, 그를 어둠으로 이끌고 있었다.

     

     

    윤갑은 왕이 지니고 있던 경귀석을 발견하고, 술병을 꺼내 들었다.
    강철이 막은 줄 알았지만
    그 순간, 윤갑은 스스로 정신을 붙잡았다.
    남아 있던 충정이 끝내 그의 손을 멈춰 세운 것이었다.

     

     

    윤갑은 경귀석에 술을 뿌리려 했던 생각만으로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여리에게 조용히 천도를 부탁하며, 모든 걸 내려놓았다.

    원한에 잠식당해 악귀가 될 뻔한  검서관 윤갑.
    그러나 끝내 충직했던 본성을 지켜냈다

     

     

    그렇게 윤갑의 눈물 어린 천도재가 치러졌다.
    윤갑의 어머니는 아들을 보내지 못해 오열했고,
    윤갑은 그런 어머니를 꼭 안아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남은 슬픔과 미련을 품은 채
    그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떠나갈 준비를 마쳤다.

     

    충신과의 재회에 아이처럼 환히 웃던 이정.
    하지만 이제는 정말 이승을 떠난 윤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보내주었다.

    그 마음엔 미련도, 고마움도, 깊은 슬픔도 함께 깃들어 있었다.

     

     

    윤갑이 떠난 뒤, 더는 그 집에 머무를 수 없었던 강철과 여리는

    조용한 주막에 자리를 옮겼다.
    강철은 여리에게, 이제 이무기가 아닌 인간으로 함께 여생을 살아가자고 말했지만
    여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 속에서 여리의 마음을 읽은 강철은,
    그저 웃으며 "그냥 해 본 말"이라며 감정을 감췄다.
    말은 가볍게 흘렀지만, 그의 눈빛은 오래도록 머물렀다.

     

     

    팔척귀를 떠나보내기 위한 천도재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사순의 몸을 빌린 팔척귀가 돌연 칼을 들고 의식을 방해하고 나선 것.
    천도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긴장감이 극으로 치달았다.

    한편 강철은 점차 이무기의 본래 힘을 잃고 있었고,
    팔척귀는 비비가 남긴 야광주까지 손에 넣은 상태였다.

    형세는 급격히 기울고 있었다.
    기세를 되찾은 팔척귀 앞에서,
    강철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팔척귀의 진짜 목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으니—
    그것은 이정도, 여리도, 강철도 아닌…
    아이를 품고 있는 중전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다른 곳에 쏠려 있던 그 순간,
    팔척귀는 단숨에 허를 찔렀고,
    중전은 너무나도 손쉽게 표적이 되고 말았다.

    곁엔 수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정작 누구 하나 몸을 내던져 그녀를 막아선 이는 없었다.
    그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왕실의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그 누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귀궁15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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